누군가 비행기만 탄다면 자연스럽게 기종을 묻게 되는 이 직업병. 내 물음에 친구는 “KE017 !! 이게 기종인가?”라고 한다.
음.. 사실 항공과 본격적으로 친해지기 전, 그러니까 본인도 그저 비행기 타는 즐거움만 누렸던 시절에는 친구처럼 편명과 기종의 차이를 몰랐다.
그래서 이 시리즈를 시작하게 됐다. 둘의 차이는 무엇인지, 숫자에 품고 있는 사연까지 알아볼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편명으로 행선지 맞추기 게임’을 해보겠다.
<노선 정보를 담고 있는 그대 이름은, 편명>

단순히 숫자 조합처럼 보이는 이 편명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친구가 어디 간다고 말을 하지 않아도, 우리는 편명을 통해서 어느 정도 친구의 행선지를 파악할 수 있다.항공 편명은 항공사들의 고유 영문 코드와 숫자(3~4자리)들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먼저, 각 항공사들은 고유 코드가 존재하는데 코드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부여한 코드로 대한항공은 KE, 아시아나항공은 OZ, 델타항공은 DL로 표시한다. 그리고 이 알파벳 뒤에 3~4자리의 숫자가 붙게 되는데 그 숫자들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고, 항공사마다 의미가 조금씩 상이하다.

KE017을 예로 들어 보겠다.
1.첫번째 숫자는지역
일단 숫자가 3~4자리라고 했는데 이 친구의 편명은 3자리네? 일반적으로 정기노선 편의 국제선 편명은 첫번째 0을 생략하고 세 자리로 표시한다. 즉, KE0017 -> KE017로 표시된다.

그리고 KE니까 대한항공을 타고 갔다는 사실을 알겠는데, 그 알파벳 뒤에 바로 나오는 첫번째 0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 이것이 의미하는 건 어느 나라를 가느냐를 의미한다. 다음은 직접 대한항공 고객센터 측에 연락해 얻어낸 정보다.

첫번째 숫자가 0이니 ‘미국’을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래는 인천국제공항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정보다.
연습을 해보자면,

대한항공 KE781, 첫번째 숫자는 7, 그러니까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임을 알 수 있다. 두번째 KE929, 첫번째 숫자는 9, 유럽으로 향하는 비행기임을 알 수 있다.
2.두번쨰 숫자는 세부지역
미주 내에서도 50번대는 하와이, 동부지역은 80~90번대다.
예를 들어 편명이 KE081 이라고 한다면, “아! 미국 동부지역이구나”를 알 수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KE081은 미국 동부의 대표 주인 뉴욕으로 향하는 항공 편명이다.
3.마지막 숫자가 홀수?or짝수?
국내 공항을 기준으로,
홀수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출발 편 / 짝수는 인천에 도착하는 비행기, 도착 편
고로 친구의 KE017에서 7은 홀수이므로 국내에서 출발하는 미국행 항공편을 의미한다.
4.숫자가4자리라면?
일반적으로 국제선의 경우 대한항공은 3자리로 표현된다고 했는데 (4자리중 맨 첫 자리가 0일 경우 생략해서 3자리로 표현), 숫자가 4자리를 이루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래처럼,

1은 국내선을, 5는 공동운항을 의미한다.
그래서 부산은 당연히 국내선이니까 0이 아닌 1로 표기가 된 것이며, KE5675의 경우는 대한항공을 통해 판매되고 있으나 실제 운항으로는 베트남항공사로 운항되는 공동운항편(코드셰어)을 의미한다.
8과 9가 오는 경우도 있는데 8은 정기편이 아니라 임시로 추가하여 운행하게 된 경우, 9는 전세기 등을 의미한다.
행선지를 찾는 법은 동일하다. KE5675를 예로 들어보자. 숫자 4개, 첫자리가 5는 공동운항을 의미하니 그걸 빼고 나머지 숫자 675에 똑같은 룰을 적용하면 된다.
(1) 실질적으로 6이 첫번째 숫자며, 6이니까 동남아겠구나! (2) 그리고 마지막 숫자가 5로 홀수네? 인천에서 해외로 나가는 거구나!
Q연습문제
정답 : 중국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
3자리니까 국제선. 첫번째 숫자가 8이니까 중국. 마지막 숫자가 짝수니까 해외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는 도착편이다.

대한항공의 룰이 아시아나항공에도 적용되는 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도 나름대로의 규칙을 가지고 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1.첫번째숫자는지역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도 3자리로 표시되며, 첫번째 숫자는 지역을 나타내는데, 0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1부터 시작한다.

아래를 보면,

첫번째 숫자가 5로 시작한다. “음.. 유럽을 오고 가는 비행기군!”
2.두번째 숫자는 세부지역
두번째 숫자는 대한항공과 동일하게 세부지역을 나타낸다. 가령, 0이 있다면 프랑스를 의미한다. OZ501 -> 프랑스로 인천에서 떠나는 비행기.
그렇다고 세부지역에 대한 모든 정보들은 다 외울 수 없으므로 패스. 다만 두번째 숫자에 8과 9가 있다면 그것은 화물기라는 사실!
3.마지막숫자는 태평양방향에 따라

마지막 숫자의 기준은 대한항공과 다르다. '태평양 방향'이 중요하다.
마지막 숫자가 홀수라면 태평양 반대 방향인 중국, 유럽, 동남아 등으로 인천에서 출발한다는 것, 마지막 숫자가 짝수라면 태평양 방향인 미국, 일본 등으로 인천에서 출발함을 의미한다.

즉, 자카르타는 한국의 경도 기준으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니까 마지막 숫자가 1로 홀수며, 아래 오사카로 향하는 비행 편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니까 마지막 숫자가 8로 짝수다.
4.숫자가 4자리라면?
아시아나항공 국제선은 3자리로 표시되지만 4자리로 표시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4자리의 첫 숫자가 6이나 8로 시작하는 경우다.
OZ8XXX로 8로 시작한다면 국내선이다.

아시아나항공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인천-칭다오] 구간을 검색했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값이 나왔다. 우측에 보면 OZ6703이라 적혀있고 아래 산동항공 운항이라 적혀있다.
OZ6899처럼 6으로 시작되는 경우는 타항공사와 공동운항 편(코드셰어)인 경우를 의미한다. (앞서 말했지만 대한항공에서는 공동운항의 경우 5로 표시된다)
그런데 한가지 알아둘 점은, 일반적으로 편명에는 이와 같은 규칙이 적용되나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에서도 ‘결항이 돼서 대체 편명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라고 하듯,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다.
BONUS 편명으로 안쓰는번호?
스포츠에서는 최고의 선수에게 영구 결번을 지정하고 그 등번호를 다른 선수들에게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의미지만, 항공 편명도 일부 숫자들은 아예 사용하지 않을 때가 있다.
사고가 났던 항공편명의 경우다.
항공사 측에서는 찜찜하며, 승객도 불안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1997년 8월 6일 괌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한 대한항공 KE801 편명은 사용하지 않는다. 2001년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가 발생했던 아메리칸항공 AA11편의 편명도 바뀌었다.
편명이 단순한 숫자의 조합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새롭게 느껴지진 않는가?